가격경직성, 독과점시장에서의 문제점

2023. 4. 6. 19:01정보나라/경제정보

가격경직성이란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해서 시장가격이 변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독과점시장구조 하에서 발생하기 쉬운 특징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이 독점기업이라면 이 기업은 생산비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했을 때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완전경쟁시장이든 독점시장이든 간에 모두 가격탄력성이 존재하며 따라서 항상 균형가격이 형성된다. 이러한 점에서 가격경직성이라는 개념은 경제학 이론상으로는 성립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독과점시장 구조하에서 가격경직성이 왜 일어나나요?

독과점시장에서의 가격결정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경쟁자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어서 사실상 자유로운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다.

둘째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특정 산업분야나 기업을 보호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이 진입하거나 퇴출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다.

첫 번째 유형인 ‘자연독점’ 상황에서는 소수의 기업만이 존재하므로 자연스럽게 해당산업 내의 총공급곡선(S)이 수평선의 형태를 띠게 된다. 즉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이윤극대화를 위해 한계비용 수준에서 생산량을 결정하게 되므로 결국 P=MC 조건 아래에서 최적생산량 Q0만큼 생산하게 된다.

반면 두 번째 유형인 ‘정부규제하의 독점’ 상황에서는 비록 신규진입이 허용되더라도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과정에서 탈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다. 또한 규제당국 역시 사회후생 극대화보다는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정책을 시행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초과이윤이 발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손실이 누적되어 궁극적으로는 비효율적인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격경직성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첫째, 경기변동 과정에서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어렵게 한다.
특히 불황 시에는 실질임금 하락 및 실업 증가로 인해 가계소득이 감소하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투자수요가 줄어들어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심화되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화정책 운용시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중앙은행으로서는 명목임금 상승률 이상으로 인플레이션율을 억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만약 임금상승률이 높은 가운데 물가상승률마저 높게 유지된다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들게 되고 이것이 다시 소득감소-민간소비위축-투자부진-경기침체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1990년대 일본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디플레이션 문제가 지적되는데, 당시 일본중앙은행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자산디플레이션 압력으로부터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했다.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성장률 회복 효과를 거두었지만 동시에 물가는 계속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 나타났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유동성 과잉상태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실물자산뿐만 아니라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 전반에 걸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둘째,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킨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일수록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시키기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되며 심지어 도산하기도 한다. 일례로 2007년 말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2008년 초 SK에너지로부터 휘발유용 자일렌을 공급받아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을 생산하던 중소업체 5곳이 적자누적으로 부도처리되었다.

한편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도 주택건설 붐 속에 건축자재 관련 업체들이 호황을 누렸지만 건설경기가 둔화되면서 목재회사들을 중심으로 연쇄부도 사태가 발생하였다.

셋째, 유통업자의 폭리를 유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화점 업계의 명품관 운영전략이다.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입점업체 선정에서부터 인테리어 공사비 지원, 매장위치 우선배정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하다 보니 정상판매가격 대비 최고 40% 가까이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팔아도 매출액이 급증하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일부 부유층 고객 사이에서는 “백화점 VIP카드 한 장이면 세계 어디서나 VIP 대접을 받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